마왕님, 리트라이! 3장 15화 건곤일척 by Foms


「으……윽…………」


올이트의 머릿속은 지금 혼란의 극에 달해있었다.
강인한 육체가 지나친 격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째서?

평범한 인간의 평범한 주먹이 어째서 이정도의 고통을 주는지. 수겹의 방어마법을 마치 "무시"하듯 관통해서 강렬한 데미지를 입힌거다.
그것도 영혼마저 비명을 지를듯한 아픔이다. 성력을 다루는 상대라면 또 몰라도, 상대의 주먹에는 마력따윈 티끌도 깃들어있지 않았다.


「네 놈,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냐――――」


웅크리고 있는 올이트의 옆구리에 제로가 가차없이 발차기를 처박는다.
암흑공작이라며 칭송받으며 찬미와 동경을 한몸에 받던 상급 악마가 마치 축구공처럼 걷어차여 성성의 결계에 격돌한다.
그 순간 올이트의 전신이 불을 뿜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굉음과 불꽃이 날리고 불에 탄듯한 냄새가 주위에 가득해진다.
그도 당연했다. 상급 악마의 몸이 지천사가 설치한 결계에 닿아서 무사할리가 없다.

의도치 않게 마치 "전류 폭파/데스 매치"를 보는듯 했다.
상급 악마에게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 용의 강함에 주위의 볼티지가 한층 올라가지만, 그것을 본 제로의 얼굴은 점점 험악해지고 이내 혀를 찼다.


「이 자식, 나보다 갤러리를 끓어오르게 하다니……"은룡 무시"하냐, 이 새끼야?」


폭주족 특유의 논리였다.
갤러리를 흥분시켜 스스로를 과시하는 일에 생리적인 쾌감마저 느끼는 종족이기에 주목을 빼앗겼다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올이트가 들었다면 「무슨 헛소리야!」라며 소리치고 싶었겠지.


「이…… 쓰레기 놈이이이이! 《암흑옥 광선》」


올이트가 혼신의 암흑마법을 쏘고, 검은 광선이 제로의 몸에 직격한다. 하지만 만물을 꿰둟을터인 광선이 사라진 후, 그곳엔 상처 하나 없는 폭주족이 있었다.
암흑공작의 마력으론 《광란려무》를 발동시킨 제로의 몸엔, 상처 하나 낼 수 없다.


「네 녀석…… 나와의 "맞짱"중에 "장난"칠 여유가 있는거냐?」


제로의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억울할정도로 적반하장이 더해지고 있었다.
놀림당했다고 느낀건지 제로의 몸은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가 느끼기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광선총」이라도 맞은 기분이겠지.
올이트로서는 완전히 "악몽"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웃……웃기지 말라고! 이런 곳에서, 이 고귀한 몸이!」


올이트가 등의 날개를 펼치고 공중으로 비상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무표정으로 전투를 지켜보던 마인 "토론"의 등뒤로 다가가 그 몸을 가차없이 수도로 꿰뚫었다.


「ㄲ……악……」


올이트가 소녀의 몸을 들어올려 그 몸에서 흐르는 피를 들이 마셔간다.
그가 가진 스킬《흡혈》이었다.
상대가 인간수준이라면 효과는 거의 기대할 수 없지만, 명색이 마인인 피라면 즉석 회복은 기대할 수 있었다.


「더러운 피다…… 냄새나서 못 견디겠군」


오물이라도 버리듯 토론의 몸이 내팽겨쳐지고 지면에 격돌한다. 복부가 파열할만한 강렬한 데미지에 그 생명은 이미 꺼져가고 있었다.
소녀는 흐려져가는 시야 속에서 멍하니 생각한다.

어째서 자신은 이런 꼴이 된걸까, 하고.
철이 들었을 무렵엔 이미 부모는 어디에도 없었고, 마족령에서 철저한 차별과 일상적 폭력 속에서 악착같이 살아왔다.
흙탕물을 마시고, 썩은 돼지 시체를 먹고, 때로는 견디다 못해 독초마저 입에 댔다.

인간의 영토로 도망쳐봐도 기다리고 있던건 박해와 토벌이었다.
어디에도 살 곳이 없어 겨우겨우 유토피아에게 주워졌지만, 그곳에서도 변함없는 멸시와 쓰레기같은 취급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 태어난걸까―― 소녀의 머릿속에 떠오른건 그런 허무한 생각뿐으로 비통한 통곡만이 치밀어 올라왔다.


「잔인한 짓을 하잖냐…… 어이, 꼬맹이. 살아있냐?」


소녀의 시야에 "은색의 용"이 비친다.
그것이 그녀가 본 최후의 광경――



――이 될 터였다.



「어이, 입벌려라. 안 들리냐, 꼬맹아」


용이 소녀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무언가를 밀어넣었다.
소녀가 신기한 식감과 희미한 단맛을 느낀 순간, 뚫려있던 복부가 굉장한 속도로 메워져 갔다.
그것이 "용의 피"라고 한다면 소녀도 납득했겠지.


「에……」


소녀의 몸에서 아픔이 가시고 피가 멎었다.
상처가 아문다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다.

거의 "시간을 되감는다"는 듯한 어마무시한 광경이었다. 용이 입에 밀어넣은 것은 GAME의 회복 아이템, 칼로리메이토(※칼로리 메이트 + 같은 발음인 저승(冥土 메이토)의 말장난 ).
이름은 장난스럽지만 그 회복력은 100으로 우수한 녀석이다.

이 세계에서 일반적인 약초따위의 회복력은 1~3으로, 모험자 등이 사용하는 고가의 포션조자도 회복력은 10에도 못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효성 100 회복같은건 있을 수 없는 일인거다.

주위에서 보자면 어떤 병과 상처라도 낫고 불로불사가 된다고 까지 전해지는 "용의 피"로밖에 안 보이겠지.
올이트도 그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며 전율하고 있었다――――


「네 녀석은 "신종 용"인가…… 그럴리……가!」


올이트가 무언가를 외치고는 결국 한가지 결단을 내렸다.
이 용을 「이 장소」에서 죽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거라고. 이 녀석이 마족령에 오기라도 했다가는 어떤 난리가 벌어질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양손을 몸에 쑤셔박고는 문을 열듯이 몸을 찢어 갈랐다.

한편, 제로도 소녀의 상처가 아문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듯이 끄덕였다.
하지만 소녀의 얼굴은 무표정인채였고, 음울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어둡다, 꼬맹아. 살아난거니까 좀 웃는게 어떠냐」

「웃는 법…… 그런건 옛날에 잊어버렸어……」


소녀가 피를 토하듯 말한다.
제로는 곤란한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등뒤에서 꿈틀대는 기척을 느끼고는 소녀의 목덜미를 잡아 뒷골목에 던져버렸다.
그 동작은 난폭하긴 했지만 "새끼 고양이"가 싸움에 휘말리지 않도록 배려한거겠지.

제로가 돌아보자, 올이트는 스스로의 몸을 갈라―― "뒤집고" 있었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박쥐였다. 그것도 수백 수천의 셀 수 없을 만큼의 박쥐가 밀집해 하나의 몸을 형성하고 있었다.

기분 나쁜 날개짓 소리와 붉게 빛나는 한 쌍의 눈.
이것이 올이트의 본래 모습이었다. 이 형태가 되면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지만 성력에 매우 약해지기에 좀처럼 이 모습을 취하는 일은 없었다.


「빌어먹을 "용"이! "중립"을 표방하는 오만을 여기서 처벌해주마!」


올이트가 있은 그대로 살의를 퍼붓고 있는데도, 제로의 의식은 눈앞의 괴물이 아닌 등 뒤의 소녀에게 향해있었다.
그 소녀가 괴로운 인생을 살아왔을 거라는 건 제로도 안다.
그도 결코 축복받은 환경에 있었던건 아니었으니까.


「웃어라, 꼬마야. 얼마나 힘든 때라도 말이지, 바보처럼 웃는 녀석이 제일로 강한거다」


등을 향하고 있는 제로에겐 소녀가 그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단지 숨을 멈춘듯한 기척만은 전해져왔다.


「한눈을 팔다니 여유롭구나, 용이여…… 여기서 그 오만과 함께 사라져라앗!」


올이트의 몸이 폭발하듯 돌진한다.
지나친 속도에 공기가 찢어지는듯한 비명을 울렸다.
받아치는 제로의 전신에서 이미지 컬러라고도 할 수 있는 은빛 화염 휘몰아쳤다.

용이 포효한다.
가능한 가장 큰 소리로――!


『――――하늘이여, 그저 괄목하라아아앗! 《건곤일척》』


거대한 어둠과 은빛이 정면에서 격돌하고―― 교차했다.
마치 세계가 멈춘듯한 정적 속에서, 거대한 어둠에 몇개의 균열이 퍼지고, 마침내 그 전신이 절규하며 검은 안개가 되어 사라져간다.

제로가 사용한 스킬―― 그것은 상대의 살해수 1당 10데미지를 상승시키는 사기 스킬이며, 일반 공격.
그것도 상한이 500데미지로 설정되어있는 최상위 스킬이었다.
셀 수 없을만큼 많은 살해를 쌓아온 악마가 거기에 버틸 수 있을리가 없다.

제로는 한동안 주먹을 내지른 모습 그대로 서있었지만, 이윽고 그 주먹을 들어올리고는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웠다.


――――그것은 당당한 "NO 1"의 선언.


모여든 갤러리들을 향한 어필이었다.
그것을 보고 조용해져있던 청중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수백에서 수천, 이윽고 수만의 인간들이 모두 주먹을 들어올리며 큰 환성을 울렸다.
마치 해일같은 그 목소리는 다른 지구에도 퍼져나가, 마침내 신도 전체가 열광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어떠냐, 꼬맹아…… "웃는 법"도 생각났잖냐?」


제로는 드물게도 불량 소년스런 웃음을 띄우며 뒷골목에 있던 소녀에게 말을 건다.
소녀는 한동안 눈을 동그래져 있다가, 마침내 눈물을 흘리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참지 못하게 됐는지 제로에게 달려와 뛰어들듯 안겼다.


「프하핫! 꽤나 활기차졌잖냐, 꼬맹아」

「……꼬맹이 아니야. 토론」

「토론이라고? 뭔가 졸릴듯한 이름이구만……」


제로가 그렇게 중얼거릴때, 등이 부드러운 것에 감싸였다.
퀸이 얼굴을 붉히며 안겨온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자면 무척이나 조신한 모습으로.
아이에겐 적당적당한 제로도, 이 상황엔 역시 당황했다. 그는 복고풍 폭주족이며 멸종해버린 "순정마초"였다.


「너, 너…… 사람들 앞에서 여자가……!」

「더이상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퀸이 황홀한 표정으로 밀착하고 그 가슴의 부드러움에 이번엔 제로가 얼굴을 붉혔다.
제로 앞에서만은 퀸도 완벽한 미소녀였기에, 제로로선 적당히 넘길 수 없었다.


「떠, 떨어져라! 이봐, 남자란건 말이지, 사람들 앞에서 여자랑――」

「제로님…… 이 등판의 용, 무척 사내답사와요…… 이 가슴팍도……」


퀸의 양 손가락이 두터운 가슴팍을 더듬자 제로가 펄쩍 뛰었다.
조금 전까지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 모습에 수만의 대관중이 큰소리로 웃고, 신도를 뒤덮었던 어둠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성광국에는 악을 멸하는 용인의 강림과, 마왕의 강림이라는 상반된 소문 두개가 나라 전체에 퍼져나가게 됐다.
이윽고 그 소문은 국내로 그치지 않고 여러 나라로 퍼져나간다.
1명의 남자가 만들어낸 혼란과 큰 착각은 마침내 대륙 전체에 퍼져나가 세계도 휘말리는 소동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그것은 조금 더 미래의 이야기――――



3장 -신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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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부터는 원래 하시던분 쪽에서 보시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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