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님, 리트라이! 5장 3화 전야 by Foms

―― 루키 마을


「제법 번화한 마을이잖은가」


마왕의 입에서 밝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쿠의 마을이나 라비 마을을 봤을 때와는 정반대의 반응이다. 이 남자는 번화한 마을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절과 같은 한적한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다시말해 제멋대로이다.

역시라고 해야할지,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험자스런 풍체의 사람이 많았다.
검을 찬 사람,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 낙타같은 것에 커다란 짐을 동여매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일반인도 많구만. 모험자를 상대로한 장사인가?)


그렇다, 모험자가 많이 모인다면 그에 따른 장사도 성립한다.
식량과 음료뿐 아니라, 도구점과 여관같은 것도 필수가 될테고, 주점이나 창관같은 오락시설도 필요해진다.


(예로부터 군의 주둔지에는 자연스럽게 "마을"이 생겨난다고 듣기는 했다만……)


확실히 마왕의 생각은 잘 못 되지 않았다.
군대쯤 되면 수천, 수만의 "손님"이 되기에 이렇게 좋은 장사는 없다고 할 정도다.


「모험자나 장사꾼뿐 아니라 유복해보이는 자들도 많군」

「이 나라는 미궁 외엔 아무것도 없으니까 말이지. 일부러 수인국과 국경을 접하는 리스크를 짊어지면서까지 침공해오는 바보는 없다고」

「흠―― 즉, 좋은 "방파제"가 된다는 건가」

「뭐, 그렇네. 그런 사정도 있어서 전쟁기에는 피난해오는 부자들도 많은거야. 말해두지만, 딱히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건 아니니까 말이지. 이건 내 혼잣말이니까」


고개를 돌린채 말하는 미캉의 모습에 마왕은 무심코 피식한다.
이러쿵 저러쿵해도 근본은 친절한거겠지.


「아니 감사한다. 나는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자나, 자신이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를 선호한다」

「선호당해도 민폐니까. 이것도 혼잣말이지만」

「그건 유감. 이번 일의 사례로 소금 감귤(※미캉) 욕탕에 초대하려 생각했다만」

「뭐야 그게! 아, 이것도 혼잣말이지만……」


고개를 돌리고 있던 미캉이었지만, 무심코 마왕쪽을 보고 만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기도한 과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키카제가 얼음같은 한마디를 뱉는다.


「……미캉은 미캉을 좋아해. "혼자 즐기는"걸 좋아해」

「유키카제는 조용히 해!」

「……혼자 즐긴다는건 즉――우읍!」


미캉이 유키카제의 입을 막아 강제로 말을 끊는다.
흰색과 갈색이 뒤섞여 대낮부터 뭐라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다툼을 들으며 마왕은 빈틈없이 길을 지나는 사람과 마을 풍경에 시선을 향한다.

전체 이동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 남자는 자신의 눈으로 본 것, 느낀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겠지. 들어서 아는 지식도 일단 한번 이해한 후 전부 자기 안의 필터를 통과시켜서 머릿속에 저장한다.

얼핏 당연해보이지만, 이 남자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거다.
그건 역시 평범치 않겠지.
그 곳엔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오오노 아키라"는 15년간을 혼자서 꾸준히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것은 비정상적일 만큼 "강한 의지"와 "폐쇄성"이겠지.
혼자 세계를 창조하고, 혼자 완결시켜, 혼자 소멸시킨다.
그 모습은 신 같기도, 독재자 같기도, 그리고――"마왕"이라 불릴만한 것이기도 했다.



 ■□■□



「싸구려 여관치곤 제법 괜찮은 방이구만……」


마왕은 방을 둘러보곤 신기한듯한 손길로 벽을 쓰다듬는다.
그가 보기에 벽은 어떤 흙으로 만든 소재로 판단됐지만, 그런 것 치곤 이상하리만치 단단했다. 당연히 그것은 『흙』의 마법으로 굳힌 것으로 영창자의 역량에 따라서는 콘크리트에도 필적할 강도가 된다.

이 마을에 모여드는 루키들은 술 마시고 떠들고, 난동을 부리는 자도 많기에 싸구려 여관이라도 튼튼하게 만들어져있다. 문이나 의자 하나마저 이상할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아저씨, 왜 싸구려 여관으로? 돈이 없는거면 내가 부양할게」

「어째서 내가 기둥서방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거냐. 그리고 싸구려 여관에 묵어보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지금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마왕은 현재 돈 걱정은 없다.
유우가 입수한 람다 성화를 대금화 120장으로 팔아치워, 그 중 110장을 타하라에게 맡기고 남은 10장은 소지하고 있는거다.
한 밑천 챙겼다고 봐도 되겠지.。

게다가 아쿠라던가 루나, 토론 등이 있으면 맘편히 싸구려 여관에 묵을 수 없고, 측근들이 근처에 있으면 입장상 좋은 객실에 묵을 필요가 생긴다.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는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음부턴 내가 부양해. 삼시세끼에 낮잠 보장. 아침부터 밤까지 아저씨에게 봉사할게」

「너는 완전히 글러먹은 남자 제조기구만」

「……아저씨는 집에서 먹고 자기만 하는거야. 밤에는 내가 전부 받아들여줄게」

「글러먹은 남자정도가 아니라 폐인 제조기잖냐……」


마왕이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를 뒤로 묶는다.
화이트와의 사건 이후, 방안에 있는 등 릴렉스한 상태에선 고무줄로 머리를 정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저 "오오노 아키라"는 장발을 한적이 없기에 익숙치 않은거겠지.


「……아저씨는 머리 자르지 않는거야?」

「뭐, 만들 당시의 "고집"때문에 말이지」

「……만들어??」

「신경쓰지마라」

「……그치만 머리 묶은 얼굴도 멋져. 아저씨 멋있어」


유키카제가 발끝으로 서서 양손으로 마왕의 머리카락을 만진다.
그녀(?)의 눈에는 그 "검은 머리"가 매우 이국적으로 비치고 있는거다.
몸에 두른 옷에, 흑요석같은 눈동자에, 검은 머리카락에, 전신에서 "이국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거기다, 그 압도적인 강함이다.

인간 외의 종족도 많은 이 세계에서는 인간의 입장은 결코 강하지 않다.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여러 의미로 "먹이"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은거다. 이 세계에선 당연하게도 강함이란 정의기도 하고, 멋이기도 하며, 능력이기도 했다.

마왕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가 모험자들 사이에선 묘하게 인기가 높은 것도 당연했다.
그들와 그녀들로서는 강함이야말로 제일이니까.


「우선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감옥미궁이란 곳에 가보도록 할까」

「……아저씨와 함께라면 감옥에 갇혀도 좋아」

「이제와서다만, 너는 몇살인거냐?」

「……16살이 됐어. 미캉은 한살 위」


그걸 듣고 마왕은 「애구만」하고 중얼거렸다.
그의 감각으론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세정도부터 겨우 성인으로 한걸음 딛었다는 느낌이다. 완전히 성인 취급해도 좋은건 20세부터 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뭐, 애 일땐 많이 놀고, 많이 먹고, 많이 여자를 갈고 닦으면 되는거다」


마왕이 유키카제의 목덜미를 잡아 고양이를 옮기듯 방밖으로 옮긴다.
그렇게 가볍게 던져놓고는 용서없이 문을 닫는다. 절세 미소녀(?)로부터 이렇게까지 구애당해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유키카제는――


「……아저씨, 역시 나를 "소중히" 대해주고 있어」


더욱 착각을 가속시키고 있었다.
마왕은 유키카제에 대고 필요하다느니 중요하다느니 하는 말을 해댔기에, 유키카제의 안에선 이미 상사상애 상태인거다. 결혼식은 어디서 올릴까, 하고 망상하고 있는 레벨로 마왕이 듣는다면 기겁하겠지.

하지만 마왕의 "의지의 강함"이 평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유키카제의 의지 또한 평범한 레벨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음날 아침――


미캉은 정시에 눈을 떠, 준비를 마치고는 방을 나섰다.
성실한 그녀는 시간에도 착실해서 항상 10분전 행동을 명심하고 있다. 시간에 느긋한 자가 많은 모험자 사이에선 매우 드문 타입이었다.

그런 그녀이기에 다루기 힘든 대검을 명인 레벨까지 습득해 B랭크 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거겠지.


「그 마왕…… 제대로 일어나 있겠지……」


아침부터 씩씩대며 미캉은 마왕의 방으로 향했다.
성실한 그녀와, 그 악랄한 마왕으론 상성이 좋을리 없지만, 마왕으로선 놀리는 보람이 있어 재밌는 여자였다.


(자고 있다면 베개를 걷어차주지……)


미캉이 마왕의 방앞에 서서 문을 노크하려던 때, 방안에서 두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간에 생겨있던 주름이 살짝 풀렸다.


(최소한, 시간만은 지키는 모양이네)


미캉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질적이었다.


「흐음, 이렇게나 나올줄이야. 꽤나 쌓여있었던건가?」

「……하얀게, 이렇게나……아저씨, 이제……더이상은」

「바보같은 말 하지마라. 이정도로 내가 만족할거라 생각하는거냐?」


――팡! 팡!


힘찬 소리가 울려퍼진다.
뱃속에, 고막에, 때려 박히는 듯한 무거운 소리였다.
당황스레 미캉이 문을 연다.


「너희들 뭘 하는거야앗!」


그곳엔 이불을 창문 밖으로 내어 먼지를 털고 있는 마왕의 모습이 있었다.
방안에 뭐라 할 수 없는 기묘한 공기가 흐른다.


「이불의 먼지를 털고 있었을뿐이다만……너는 대체 뭐를 상상한거냐?」

「……아저씨는 침대의 마왕」

「한마디 한마디가 성가시다!」


이렇게 별난 트리오가 드디어 미궁에 발을 딛게 됐다.
마왕의 미궁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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